세계를 보다, 오늘은 유럽 안 북한 벨라루스로 가보겠습니다.
왜 유럽의 북한이란 별명이 붙었을까.
최고지도자 루카셴코는 27년 째 장기집권하며 각종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얼마 전 여객기를 강제 착륙까지 시켜가며 반체제 언론인을 체포한 건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무엇이 이 비정상적인 독재정권을 유지시키고 있는 걸까.
김윤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쟁광 히틀러와 똑같다며, 루카셴코 대통령 사진을 마구 때리며 X 표시까지 하는 시민들.
[현장음]
"조국에 자유를! 루카셴코는 떠나라!"
벨라루스는 '유럽의 북한'으로도 불립니다.
[샤헤이 벌바 / 시위 참가자]
"북한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당국은 벨라루스를 점점 북한으로 만들고 있어요."
지난 달 23일.
벨라루스 영공을 비행 중이던 민간 여객기에 충격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170여 명의 승객이 탄 여객기에 폭발물 테러가 의심된다며 전투기가 따라 붙어 강제 착륙시킨 겁니다.
영문도 모른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도착한 승객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여객기 승객]
"8시간 동안 거기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폭발물은 없었고 누군가 체포됐습니다.
예순 일곱의 루카셴코를 저격했던 스물 여섯 살 언론인 프라타세비치 였습니다.
해외에서도 꿋꿋이 싸웠던 그였지만, 며칠 뒤 국영 방송에 출연해 혐의를 시인하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로만 프라타세비치 / 전 넥스타 편집장]
"지금 계속해서 수사에 협조하고 있고 민스크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를 조직한 사실을 인정합니다."
고문과 회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족과 국제사회의 의심이 쏟아졌지만, 벨라루스 당국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루카셴코의 집권은 기행의 연속이었습니다.
코로나19는 정신병에 불과하며 보드카와 사우나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 벨라루스 대통령(지난해)]
"주변에서 계속 봉쇄령 등을 떠들어대는데 우리에겐 식은 죽 먹기입니다. 2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8월 초 대선에서 80%의 몰표를 받았습니다.
야권과 시민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연일 거리로 나왔고, 정권은 총으로 진압했습니다.
[현장음]
"탕 탕 탕"
27년째 권좌를 지켜온 루카셴코는 권력 세습도 준비 중입니다.
루카셴코는 세 아들을 뒀는데, 막내를 가장 신뢰하지만 17살로 아직 어려, 일단 국가안보보좌관인 장남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정설입니다.
마치 의형제처럼 웃고 떠드는 두 사람.
막내아들까지 데리고 푸틴과 만난 루카셴코는 흑해 요트 여행을 즐깁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벨라루스.
서방사회로부터 독재와 인권탄압 소리를 듣는 푸틴이나 루카셴코는 동병상련 서로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강제 착륙사건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은 비우호국에 대한 서방의 감정 분출일 뿐입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 국민대 교수]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친 서방 정권이 생기는 걸 전혀 원하지 않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 즉, 한반도 북부는 러시아에게 벨라루스와 같은 수준입니다."
장기 집권 야욕에 루카셴코와 푸틴은 서로 붙잡고 있지만, 벨라루스 시민들은 민주화의 봄을 갈망합니다.
[현장음]
"벨라루스에 자유를! 우리는 믿는다! 할 수 있다! 이긴다"
세계를 보다 김윤수입니다.
영상편집: 김민정